제목 | 《동국정운》 완성에 따른 신숙주의 서문 | ||
---|---|---|---|
글쓴이 | 건곤대나이 | 작성시각 | 2015/10/12 15:03:51 |
|
|||
이달에 《동국정운(東國正韻)》이 완성되니 모두 6권인데, 명하여 간행하였다. 집현전 응교(集賢殿應敎) 신숙주(申叔舟)가 교지를 받들어 서문(序文)을 지었는데, 이르기를,
☞ 심약(沈約) : 양(梁)나라 때 학자. ☞ 육법언(陸法言) : 수(隋) 나라 때 학자. ☞ 사마 온공(司馬溫公) : 송나라 학자. ☞ 소강절(邵康節) : 송나라 학자. ☞ 오방(五方) : 동·서·남·북·중앙.
대저 음(音)이 다르고 같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르고 같음이 있고, 사람이 다르고 같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다르고 같음이 있나니, 대개 지세(地勢)가 다름으로써 풍습과 기질이 다르며, 풍습과 기질이 다름으로써 호흡하는 것이 다르니, 동남(東南) 지방의 이[齒]와 입술의 움직임과 서북(西北) 지방의 볼과 목구멍의 움직임이 이런 것이어서, 드디어 글뜻으로는 비록 통할지라도 성음(聲音)으로는 같지 않게 된다. 우리 나라는 안팎 강산이 자작으로 한 구역이 되어 풍습과 기질이 이미 중국과 다르니, 호흡이 어찌 중국음과 서로 합치될 것이랴. 그러한즉, 말의 소리가 중국과 다른 까닭은 이치의 당연한 것이고, 글자의 음에 있어서는 마땅히 중국음과 서로 합치될 것 같으나, 호흡의 돌고 구르는 사이에 가볍고 무거움과 열리고 닫힘의 동작이 역시 반드시 말의 소리에 저절로 끌림이 있어서, 이것이 글자의 음이 또한 따라서 변하게 된 것이니, 그 음(音)은 비록 변하였더라도 청탁(淸濁)과 사성(四聲)은 옛날과 같은데, 일찍이 책으로 저술하여 그 바른 것을 전한 것이 없어서, 용렬한 스승과 속된 선비가 글자를 반절(反切)하는 법칙을 모르고 자세히 다져 보는 요령이 어두워서 혹은 글자 모양이 비슷함에 따라 같은 음(音)으로 하기로 하고, 혹은 전대(前代)의 임금이나 조상의 이름을 피하여 다른 음(音)으로 빌어서 하기도 하며, 혹은 두 글자로 합하여 하나로 만들거나, 혹은 한 음을 나누어 둘을 만들거나 하며, 혹은 다른 글자를 빌어 쓰거나, 혹은 점(點)이나 획(劃)을 더하기도 하고 감하기도 하며, 혹은한음(漢音)을 따르거나, 혹은 속음[俚語]에 따르거나 하여서, 자모(字母), 칠음(七音)과 청탁(淸濁)·사성(四聲)이 모두 변한 것이 있으니, 아음(牙音)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계모(溪母)의 글자가 태반(太半)이 견모(見母)에 들어갔으니, 이는 자모(字母)가 변한 것이고, 계모(溪母)의 글자가 혹 효모(曉母)에도 들었으니, 이는 칠음(七音)이 변한 것이라.
☞ 사성(四聲) : 평성·상성·거성·입성. ☞ 한음(漢音) : 옛 중국음. ☞ 자모(字母) : 첫소리. ☞ 계모(溪母) : ㅋ첫소리. ☞ 견모(見母) : ㄱ첫소리. ☞ 효모(曉母) : ㅎ첫소리.
우리 나라의 말소리에 청탁(淸濁)의 분변이 중국과 다름이 없는데, 글자음[字音]에는 오직 탁성(濁聲)이 없으니 어찌 이러한 이치가 있을 것인가. 이는 청탁(淸濁)의 변한 것이고, 말하는 소리에는 사성(四聲)이 심히 분명한데, 글자 음에는 상성(上聲)·거성(去聲)이 구별이 없고, ‘질(質)’의 운(韻)과 ‘물(勿)’의 운(韻)들은 마땅히 단모(端母)로서 종성(終聲)을 삼아야 할 것인데, 세속에서 내모(來母)로 발음하여 그 소리가 느리게 되므로 입성(入聲)에 마땅하지 아니하니, 이는 사성(四聲)의 변한 것이라. ‘단(端) ’을 ‘내(來)소리’로 하는 것이 종성(終聲)에만 아니고 차제(次第)의 ‘제’와 목단(牧丹)의 ‘단’같은 따위와 같이 초성(初聲)의 변한 것도 또한 많으며, 우리 나라의 말에서는 계모(溪母)를 많이 쓰면서 글자 음에는 오직 ‘쾌(快)’라는 한 글자의 음뿐이니, 이는 더욱 우스운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글자의 획이 잘못되어 ‘어(魚)’와 ‘노(魯)’에 참것이 혼란되고, 성음(聲音)이 문란하여 경(涇)과 위(渭)가 함께 흐르는지라 가로[橫]로는 사성(四聲)의 세로줄[經]을 잃고 세로[縱]로는 칠음(七音)의 가로줄[緯]에 뒤얽혀서, 날[經]과 씨[緯]가 짜이지 못하고 가볍고 무거움이 차례가 뒤바뀌어, 성운(聲韻)의 변한 것이 극도에 이르렀는데, 세속에 선비로 스승된 사람이 이따금 혹 그 잘못된 것을 알고 사사로이 자작으로 고쳐서 자제(子弟)들을 가르치기도 하나, 마음대로 고치는 것을 중난하게 여겨 그대로 구습(舊習)을 따르는 이가 많으니, 만일 크게 바로잡지 아니하면 오래 될수록 더욱 심하여져서 장차 구해낼 수 없는 폐단이 있을 것이다.
☞ 단모(端母) : ㄷ소리. ☞ 내모(來母) : ㄹ소리. ☞ 단(端) : ㄷ소리. ☞ 내(來) : ㄹ소리. ☞ 종성(終聲) : 받침. ☞ 초성(初聲) : 첫소리. ☞ 계모(溪母) : ㅋ첫소리. ☞ 경(涇) : 탁한 물. ☞ 위(渭) : 맑은 물.
대개 옛적에 시(詩)를 짓는 데에 그 음을 맞출 뿐이었는데, 3백편(三百篇)으로부터 내려와 한(漢)·위(魏)·진(晉)·당(唐)의 모든 작가(作家)도 또한 언제나 같은 운율에만 구애하지 아니하였으니, ‘동(東)’운을 ‘동(冬)’운에도 쓰고, ‘강(江)’운을 ‘양(陽)’운에도 씀과 같은 따위이니, 어찌 운(韻)이 구별된다 하여 서로 통하여 맞추지 못할 것이랴. 또 자모(字母)를 만든 것이 소리에 맞출 따름이니, 설두(舌頭)·설상(舌上)과 순중(唇重)·순경(唇經)과 치두(齒頭)·정치(正齒)와 같은 따위인데, 우리 나라의 글자 음에는 분별할 수 없으니 또한 마땅히 자연에 따라 할 것이지, 어찌 꼭 36자(三十六字)에 구애할 것이랴.
☞ 3백편(三百篇) : 공자가 정리하여 엮은 시경. ☞ 36자(三十六字) : 중국의 자모.
공손히 생각하건대 우리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옵서 유교를 숭상하시고 도(道)를 소중히 여기시며, 문학을 힘쓰고 교회를 일으킴에 그 지극함을 쓰지 않는 바가 없사온데, 만기(萬機)를 살피시는 여가에 이일에 생각을 두시와, 이에 신(臣) 신숙주(申叔舟)와 수 집현전 직제학(守集賢殿直提學) 신(臣) 최항(崔恒), 수 직집현전(守直集賢殿) 신(臣) 성삼문(成三問)·신(臣) 박팽년(朴彭年), 수 집현전 교리(守集賢殿校理) 신(臣) 이개(李愷), 수 이조 정랑(守吏曹正郞) 신(臣) 강희안(姜希顔), 수 병조 정랑(守兵曹正郞) 신(臣) 이현로(李賢老), 수 승문원 교리(守承文院校理) 신(臣) 조변안(曹變安), 승문원 부교리(承文院副校理) 신(臣) 김증(金曾)에게 명하시와 세속의 습관을 두루 채집하고 전해 오는 문적을 널리 상고하여, 널리 쓰이는 음(音)에 기본을 두고 옛 음운의 반절법에 맞추어서 자모(字母)의 칠음(七音)과 청탁(淸濁)과 사성(四聲)을 근원의 위세(委細)한 것까지 연구하지 아니함이 없이 하여 옳은 길로 바로잡게 하셨사온데, 신들이 재주와 학식이 얕고 짧으며 학문 공부가 좁고 비루하매, 뜻을 받들기에 미달(未達)하와 매번 지시하심과 돌보심을 번거로이 하게 되겠삽기에, 이에 옛사람의 편성한 음운과 제정한 자모를 가지고 합쳐야 할 것은 합치고 나눠야 할 것은 나누되, 하나의 합침과 하나의 나눔이나 한 성음과 한 자운마다 모두 위에 결재를 받고, 또한 각각 고증과 빙거를 두어서, 이에 사성(四聲)으로써 조절하여 91운(韻)과 23자모(字母)를 정하여 가지고 어제(御製)하신 《훈민정음》으로 그 음을 정하고, 또 ‘질(質)’·‘물(勿)’ 둘의 운(韻)은 ‘영(影)’으로써 ‘내(來)’를 기워서 속음을 따르면서 바른 음에 맞게 하니, 옛 습관의 그릇됨이 이에 이르러 모두 고쳐진지라, 글이 완성되매 이름을 하사하시기를, ‘《동국정운(東國正韻)》’이라 하시고, 인하여 신(臣) 숙주(叔舟)에게 명하시어 서문(序文)을 지으라 하시니, 신 숙주(叔舟)가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사람이 날 때에 천지의 가운을 받지 않은 자가 없는데 성음(聲音)은 기운에서 나는 것이니, 청탁(淸濁)이란 것은 음양(陰陽)의 분류(分類)로서 천지의 도(道)이요, 사성(四聲)이란 것은 조화(造化)의 단서(端緖)로서 사시(四時)의 운행이라, 천지의 도(道)가 어지러우면 음양이 그 자리를 뒤바꾸고, 사시(四時)의 운행이 문란하면 조화(造化)가 그 차례를 잃게 되나니, 지극하도다 성운(聲韻)의 묘함이여. 음양(陰陽)의 문턱은 심오(深奧)하고 조화(造化)의 기틀은 은밀한지고. 더구나 글자[書契]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때는 성인의 도(道)가 천지에 의탁했고, 글자[書契]가 만들어진 뒤에는 성인의 도가 서책(書冊)에 실리었으니, 성인의 도를 연구하려면 마땅히 글의 뜻을 먼저 알아야 하고, 글의 뜻을 알기 위한 요령은 마땅히 성운(聲韻)부터 알아야 하니, 성운은 곧 도를 배우는 시작[權輿]인지라, 또한 어찌 쉽게 능통할 수 있으랴. 이것이 우리 성상(聖上)께서 성운(聲韻)에 마음을 두시고 고금(古今)을 참작하시어 지침(指針)을 만드셔서 억만대의 모든 후생들을 길 열어 주신 까닭이다.
☞ ‘영(影)’ : ㆆ소리. ☞ ‘내(來)’ : ㄹ소리.
是月, 《東國正韻》成, 凡六卷, 命刊行。 集賢殿應敎申叔舟奉敎序曰:
|
|||
다음글 | [Microsoft] 10/27(화), 개발자가 하나되... (1) | ||
이전글 | 옆동네 라라벨을 써보았습니다. (3) | ||
건곤대나이
/
2015/10/12 15:05:43 /
추천
0
|
변종원(웅파)
/
2015/10/12 20:29:37 /
추천
0
동음이의어 아닐까요? ^^ 사전을 보니 여러가지 뜻이 있네요.
|
건곤대나이
/
2015/10/14 12:48:12 /
추천
0
네 동음이의어 이죠 ^^
그런데 제가 현관의 뜻중에 저러한뜻이 있음을 알고 살았더라면 좀더 다르게 이세상을 보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그리고 신숙주의 글을 보면 발음기관이 다른것이 그 지방의 특색에 따라 생겨났다고 하는 부분은 현대 언어학자에게 연구주제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도 앞으로 다르게 발전할 소지도 좀 보이구요. |
현관이 저런뜻이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만 그런가요?